키르케고르의 보편구원론?

이 글은 Help with a Kierkegaard Quotation?Kierkegaard’s Own Words/ 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Robin A. Parry와 Christopher H. Partridge가 편집한 『보편적 구원? 현재의 논쟁』(Universal Salvation?: The Current Debate (Eerdmans, 2004))에 실린 Morwenna Ludlow의 「기독교 역사 속의 보편구원론」(“Universalism in the History of Christianity”)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쇠렌 키르케고르(1813-55)도 전통적인 기독교의 지옥 개념에 의구심을 가졌으며, 그의 신학의 비관적 어조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구원을 희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지옥에 대한 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옥에 간다면 나도 지옥에 갈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것이며, 그들과 함께 나 자신도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은 저의 가장 깊은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If others go to hell, then I will go too. But I do not believe that; on the contrary I believe that all will be saved, myself with them — something which arouses my deepest amazement.’)

이 인용문에 따르면 키르케고르는 자신이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것”(all will be saved)이라고 믿는다고 분명히 말한다. 즉 보편주의/보편구원론적 믿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절은 덴마크로 쓴 원문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인용한 것을 보고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인용한 것(그리고 여기에서는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원문에서 저렇게 명시적으로 보편구원론적 믿음이 표현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저 구절을 포함하고 있고 덴마크 원문에서 직접 번역한 영어 번역은 S. Kierkegaard, Søren Kierkegaard’s Journals and Papers, trans. and ed. H. V. Hong and E. H. Hong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78) 6:557.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척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노 주교가 저에게 한 말, 즉 제가 다른 사람들이 지옥에 갈 것처럼 이야기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아니요, 만약 제가 지옥에 가는 것에 대해 말한다고 할 수 있다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지옥에 간다면, 저도 그들과 함께 갈 것입니다’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우리 모두가 구원 받을 것이라고 믿으며(we will all be saved), 저도 역시 구원 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것은 저의 가장 깊은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번역에 따르면 키르케고르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 말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구원 받을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여전히 보편구원론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서술이지만, 첫 번째 인용문에 비해서는 덜 선명하다. 맥락에 따라 “우리 모두”에 누가 포함되는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어 원문에는 “우리”라는 표현이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Help with a Kierkegaard Quotation?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키르케고르의 입장이 무엇일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Keith DeRose의 논점은 위의 인용문은 보편구원론적 믿음의 표현으로 보이며,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키르케고르가 보편구원론을 거부했다는 보다 강력한 근거가 없는 한 보편구원론적 믿음의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그럴 듯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키르케고르주의자 입장에서 보편구원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룬 논문(Jack Mulder Jr.’s “Must All be Saved? A Kierkegaardian Response to Theological Universalism,” International Journal for Philosophy of Religion 59.1 (2006): 1 – 24.)이 소개되었다. 아직 이 논문을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논문에 대한 Keith DeRose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논문은 키르케고르가 오늘날 학자들이 “필연적 보편구원론”(necessary universalism)라 부르는 강력한 버전의 보편구원론을 거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Keith DeRose는 자신은 보편구원론자이지만 “필연적 보편구원론”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중요한 정보를 빼놓아서 추가한다. 키르케고르가 위에 인용된 구절을 쓴 것은 그가 죽기 약 1년 전쯤인 1854년 12월로 추정된다고 한다. (키르케고르는 1855년 11월 11일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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